골프 라운드 멘탈 별거 있겠습니까?

 아래의 움짤(=움직이는 사진) 에서 보시는 이지현 프로의 샷이글 장면을 제맘대로 뽑은 '2017 KLPGA 올해의 샷'으로 정했습니다. 이지현 프로가 지난 9월 7일에 개최된 '이수그룹 제39회 챔피언십' 1Round, 15번 홀(파5)에서 아이언으로 세 번째 샷을 했는데, 그린 위에 먼저 올라가 있던 김지영 프로의 볼의 좌측으로 떨어지면서 부딪혔고, 부딪힌 후 이지현 프로의 골프공이 그대로 홀인이 되었습니다. ( 이 상황에서의 골프 룰은 이지현 프로 홀인 인정 - 김지영 프로 볼은 제 자리로 돌리고 플레이 합니다.)

 

이지현 프로 샷이글

[출처 SBS 골프 중계방송]


 계속 봐도 신기하고 홀인원보다 몇 배는 더 힘들 이지현 프로 생에 또 한번 할 수 있을까 싶은 '내 맘속의 올해의 KLPGA 샷'입니다. 


이지현 프로 샷이글

[출처 SBS 골프 중계방송]

  느리게 봐도 참 기가 막힙니다. 


 흔히들 '프로 골퍼는 본대로 가고, 아마추어 골퍼는 걱정한 대로 간다.'고 합니다. 그러면 거꾸로 골프 샷을 하기 전에 나의 골프공이 너무나 잘 날아 가면 어떨까 걱정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뜬금없이 위의 이지현 프로의 샷 이글 움짤을 이야기 한 이유는 이지현 프로와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2년 전, 6월 6일 현충일에 지인 11명과 현대 더링스 CC에 1박 2일로 라운드를 간 적이 있습니다. 


 몇 번 홀인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상황은 이랬습니다. 파4홀에서 동반자들 모두 그린에 볼이 올라가 있었고, 저만 그린에 조금 못 미쳐서 약 13M 정도의 어프로치를 남겨 놓은 상황이었습니다. 동반자 누님은 80타 초반을 치는 분이라 그런지 혼자서 파온에 OK거리에는 조금 못 미치는 1.2M 정도 홀컵과 거리를 남겨 놓고 버디 찬스의 상황이었습니다. 저의 어프로치 장소에서 봤을 때 홀컵 오른쪽에 동반자 누님의 골프공이 놓여 있었습니다. 


 이 때 제가 프리샷 루틴으로 빈스윙을 하는 동안 구력이 오래된 분 답게 자신의 볼이 저의 볼을 방해 할지도 모르니 '마크 해줄까?' 라고 물어 봤지만, '에이 설마 제가 저걸 맞추겠어요?'라고 말하다가 '내가 누님의 공을 당구처럼 맞춰서 넣겠다' 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동반자들이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나면 소원을 들어 주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마음속에는 '홀컵 근처 2~3M만 가도 잘 친거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장난스럽게 시작된 말이지만 그 누님의 볼을 맞추자는 생각만 하고서 '맞춘다, 맞춘다, 맞춘다.' 세 번을 마음 속으로 되뇌이며 어프로치를 했는데요.



 결과는 정말 웃기게도 위의 이지현 프로와는 반대로 제 공이 그린 위에 있던 동반자 누님의 볼의 오른쪽을 맞추었고, 제 공에 맞아 힘을 받은 또 다른 공은 영화처럼 슬로우 비디로로 굴려서 홉 컵으로 쏙 들어 갔습니다.


 2년 전 6월이면 골프 시작 한지 1년 9개월 째로 어프로치 칩인 조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던 저는 기쁘면서도 어리둥절 했고, 저를 지켜 보던 동반자 3명과 캐디는 무슨 나라라도 구한 것처럼 기쁨의 함성과 포옹을 했고, 룰 대로면 동반자의 볼을 원위치 시켜야 겠지만, 저의 소원권을 발동해서 버디로 인정 해주자고 했고, 동반자 모두 저와 뜻을 같이 해서 홀인 '버디'로 기록했습니다. 


현대더링스 스코어 카드

[그 때 스코어 카드를 찾아보니 현대더링스CC, 11번 홀에서의 상황 이었네요.]


 아직도 가끔 지인들과 당구를 칠 때면 생각나는 아주 즐거운 기억 중에 하나 입니다. 


 물론 지금 다시 해보라고 하면 못합니다. 시도야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하겠지만, 맞추는 것도 힘들고 볼을 맞췄다 해도 포켓볼 처럼 정확히 맞추기도 힘드니까요.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앞으로 정말 라운드시에 매 샷에 대한 걱정을 '잘 치면 어쩌지?' 로 바꿔 보시면 어떨까 싶어서 입니다. 


 그러면 '프로는 본대로 가고, 아마추어는 잘 칠 까봐 걱정한 대로 볼이 잘 간다' 더라는 해피한 구절로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제나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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